본문 바로가기

[15호]너를 삼켰을때 2006-05-20 22:15:00 길을 걷다 발에 돌이 채여 그 돌을 힘차게 걷어찬 나는 예상외로 유쾌한 돌의 비명 소리에 잠시 정신을 잃고 길에 쓰러졌다 그렇게 수일이 지난후 눈을떳을땐 밤하늘에 달은 어둠을 밝히고 있었고 수많은 별들은 어디론가 쏟아지고 있었다 난 그 자리에 그렇게 그대로 며칠간 더 누워있었다 그렇게 수일이 지난후 눈을 떳을땐 수많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고 하늘에선 빗방울들이 어디론가 쏟아지고 있었다 한 방울 두 방울 내 얼굴에 빗방울들이 쏟아졌을때 한 방울 두 방울 내 목구멍속으로 빗방울들이 스며들어갔을때 그제서야 난 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꿀꺽꿀꺽 남아있는 힘을 다해 빗방울을 삼킨다 갈증이 해소 되고 나니 배가 고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움직일 힘이 남아있지 않은 나는 빗방울만 그저 하염없이..
[14호]나를 따뜻하게 하는 너 2006-01-08 21:09:00 여기 서 있다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본다 '3:25 AM' 새벽 3시 25분 주위엔 이젠 더 이상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다 가끔 도로에 차들과 찬바람만이 하나 둘씩 나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만 돌아갈까' 여기 서 있다 내가 지금 서 있는 이 곳은 너의 집 대문이 보이는 골목 한복판 그래 내가 서 있는 이 곳은 겨우 너의 집 대문이 보이는 골목일 뿐이다 아침에 기상캐스터의 말로는 오늘이 올겨울 가장 추운날씨라고 했었다 영하 20도라던가 가장 추운날씨인데 영상 20도일리는 없으니 영하 20도가 맞을거다 그런 추위다 나는 그런데 여기 왜 서 있는걸까 몇시부터 서 있던 걸까 '술을 마시다 친구들과 헤어진게 12시쯤이니까 버스를 탄게..' 영하 20도의 기온으로 인해 머리속까지 얼어버린걸까 좀처럼 생각이 나질않는다..
[13호]어느새 자라있어 2006-01-04 21:02:00 거울을 보니 말이야 어느새 머리는 자라있어 귀를 덮고 눈썹을 덮을 정도로 말이야 하지만 자라나는건 머리뿐만이 아니야 어느새 입주변과 턱주변도 까맣게 변해있어 하루만 면도를 하지 않으면 이젠 제법 거무스름하게 돼 어쩌면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 일거야 머리는 5살때도 자라지만 수염이 5살때 자랄경우엔 학계에 보고되거든 물론 나이가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염이 자라지 않는 남자도 있어 하지만 그런 남자들과는 다르게 난 남성호르몬이 충만하게 분비되는 남자인걸 거울을 보니 말이야 어느새 머리는 자라있어 귀를 덮고 눈썹을 덮을 정도로 말이야 야한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머리는 빠르게 자라있어 가만 전혀? 미안 다시 생각해보니 전혀라고는 말못하겠네 어쩌면 아주 적당한 속도로 나의 머리는 자라고 있는지도 몰라 ..
[12호]飛行 2005-10-21 20:54:00 언제부터인가 저는 날고 있습니다 하염없이 바람에 이끌려 목적지도 없이 정착지도 없이 날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누구인지 무엇인지도 알지못한채 하염없이 바람에 이끌려 목적지도 없이 정착지도 없이 날아가고 있습니다 처음엔 그저 날아가는것이 너무 즐거워서 별 생각이 없었는데 줄곳 밤낮 가리지 않고 날기만 하다보니 점점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즐거운 일도 계속 반복되다보면 지겨워지기 시작합니다 즐거운 비행도 계속되다보니 슬슬 지겨워지고 이런저런 잡생각들이 머릿속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합니다 어느새 밤이 찾아오고 차가운 가을의 밤바람이 나를 때려도 나의 의문은 여전히 멈추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알게 되는게 이렇게 힘든 일일까요 저 먼곳에선 휘황찬란한 네온싸인들과 불빛들이 나를 반깁니다 하지만 난..
[11호]대화의 흔적 2005-09-28 08:21:00 손가락으로 귀를 막는다고 해도 모든 소리가 안들리는건 아니다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음악의 볼륨을 높여버린다해도 밖에서 나는 소리들이 모두 안들리는건 아니다 아주작은 틈이라도 있으면 그렇게 그렇게 나의 귓속으로 스며 들어온다 그렇게 고막을 진동시키고 달팽이관을 지나 결국은 대뇌속으로 흡수되버린다 나의 의식은 기억하지 못할지 몰라도 나의 뇌는 기억하고 있다 나의 무의식은 결국 기억하고 있다 그렇게 나는 나와 관련된 혹은 관련되지 않은 사람들의 소리를 흡수하고 의식하며 혹은 의식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은 뇌는 기억하고 있다 나의 무의식은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결국 각 사람들에 대한 무의식적인 결론과 판단은 내 말과 행동에서 발현된다 한발짝 한발짝 타인에게 다가선다 그 혹은 그녀에게 다가선다 그리고 의도된 혹은..
[10호]그냥 주절주절 입니다 2005-07-03 10:57:00 보잘것 없는 부족한 글들 읽어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헷갈리시는 분들이 좀 있으셔서 말씀 드리자면 4호부터 9호까지는 이어지는 하나의 이야기 입니다 원래 하나로 끝내려고 한거였는데 어떻게 꼬리에 꼬리를 물다보니 그렇게 되버렸네요. 그래서 제목도 제각각이 되어버린ㅋ 언제 또 뭔가를 끄적 거릴진 모르지만 앞으로도 잘부탁드립니다ㄳㄳ
[09호]理由 2005-06-23 11:25:00 하늘을 바라봤다 회색의 하늘에서 하얀눈들이 쉴새없이 멈추지 않고 내리고 있었다 '옥상?' '나는 이 곳에 왜 올라온 것일까' '102동 1304호' 집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나는 급작스런 두통에 잠이 깨었다 머리속에선 '윙~'소리와 함께 조그맣게 옥상으로 올라오라는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그 소리는 일어나 물을 한잔 마셨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난 마치 뭔가에 홀리듯 옷을 줏어 입었다 그리곤 현관문도 잠그지 않고 이유도 알지못한채 엘리베이터 앞으로 다가갔다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 그 안에는 이미 10여명의 사람이 타고 있었는데 모두들 무엇이 그렇게 즐거운지 웃고 있었다 좁은 틈을 비집고 나는 엘리베이터에 탑승 엘리베이터에선 인원초과라는 '삑삑'소리가 울려댔지만 문은 그대로 닫혔고 엘리베이터는 올..
[08호]하늘에 좀 더 가까운 땅에 좀더 가까운 2005-04-24 17:51:00 18층 17층위에 한층위에 옥상이 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경찰들 이라던지 기자들 이라던지 한동안 들락날락 거렸지만 그것도 며칠뿐 이었다 주민들도 집값이라도 떨어질까 쉬쉬하는 분위기였고 하긴 주변에서 한두명 죽는다해도 큰사건으로 느낄만한 세상은 이미 아니였다 '그래도 사람이 뛰어내린곳인데 이렇게 옥상문을 열어놓은 채로 방치해도 되는건가' "내가 열었어"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듯 그 애가 대답했다 "너 이런 자물쇠 따는 재주도 있었냐?" "그냥 시도를 해본거지" 시도를 했다니... 보통사람은 그런시도는 하고 다니지 않는다고.. "혹시 이거 따느라고 늦은거야?" "글쎄" ..라고 대답하며 그 애는 웃었다 옥상은 더욱 바람이 차가웠다 이 곳에서 사람이 뛰어내렸다고 생각하니 차가운 바람이 더욱 차게 느껴진다 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