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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호]하늘에 좀 더 가까운 땅에 좀더 가까운 2005-04-24 17:51:00

 

 


18층
 
17층위에 한층위에 옥상이 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경찰들 이라던지 기자들 이라던지
한동안 들락날락 거렸지만 그것도 며칠뿐 이었다
주민들도 집값이라도 떨어질까 쉬쉬하는 분위기였고
하긴 주변에서 한두명 죽는다해도 큰사건으로 느낄만한 세상은 이미 아니였다
 
 
'그래도 사람이 뛰어내린곳인데 이렇게 옥상문을 열어놓은 채로 방치해도 되는건가'
 
"내가 열었어"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듯 그 애가 대답했다
 
 
"너 이런 자물쇠 따는 재주도 있었냐?"
 
"그냥 시도를 해본거지"
 
 
시도를 했다니...
보통사람은 그런시도는 하고 다니지 않는다고..


 "혹시 이거 따느라고 늦은거야?"
 
 
"글쎄"
 
..라고 대답하며 그 애는 웃었다
 
 
 
 
옥상은 더욱 바람이 차가웠다
이 곳에서 사람이 뛰어내렸다고 생각하니
차가운 바람이 더욱 차게 느껴진다
 
 
옥상 주변을 둘러본다
난간도 없고 테두리도없는 옥상
뛰어내리기엔 정말 거칠것이없는 곳이었다
하긴 사람이 올라오라고 만들어논 용도는 아닌듯하고
옥상이라고 하기보단 그냥 아파트 꼭대기라고 하는게 맞을듯하다
도대체 이런곳에 문은 어째서 만들어 놓은건지 이해할수가 없다
정말 누군가 뛰어 내리라고 일부러 만들어 놓기라도 한걸까

 
"이런데서 떨어지면 아플까"
 
"아마도"
 
"아마도?..."
 
"응"
 
 
아마도 정도가 아닐것이다
생각할수 없는 정도의 고통이 온몸으로 퍼져가겠지
이 곳에서 뛰어내렸던 그 여자도 그랬었을까
 
"왜 이런데서 뛰어내렸을까..."
 
"위보다 아래가 덜 고통스럽다면 아래로 내려가는게 당연하자나"
 
반대편을 바라보다 내 쪽 으로 돌아서며 그 애는 말했다

 
당연할지도 모른다
고통에서 벗어나려 하는건  모든 생명체의 본능이니까 
그 여자는 벗어나지 못할정도로 괴로웠던 것일까
 
 
"아니면 그냥 눈처럼 내리고 싶었던 거였는지도 모르지"
 
 "뭐? 말도 안돼..."
 
 
"난 그 날 봤거든 사람이 내리는 모습을"
 
"사람이 내려?"
 
""
 
 

불어오던 바람이 멈추더니
하늘에선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아파트 밑에서 바라본 하늘과
옥상에서  바라보는 하늘
두 하늘의 높이는 별차이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아까 내가 서있던 자리와
지금 내가 서서 바라보는 이 자리의 높이의 차는 너무나 커보인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아래쪽을 내려다보고있다 
언제 내가 옥상의 끝까지 다가간 것일까
아찔하다
어지러워져서 내려가고 싶었다
 
 
"우리...이제 내려가자 눈도 오기시작하는데.." 
 
"저기 좀 봐"
 
 
그 애의 손이 가르키는 그 곳은 맞은편에 위치한 102동 옥상이였다
그 곳엔 언제 올라왔는지 수십여명의 사람이 모여 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건가..'
 
하지만 무슨일이 라도 난 거라고 보기엔 너무나 조용했고
사람들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멍 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