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페이퍼

(24)
[08호]하늘에 좀 더 가까운 땅에 좀더 가까운 2005-04-24 17:51:00 18층 17층위에 한층위에 옥상이 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경찰들 이라던지 기자들 이라던지 한동안 들락날락 거렸지만 그것도 며칠뿐 이었다 주민들도 집값이라도 떨어질까 쉬쉬하는 분위기였고 하긴 주변에서 한두명 죽는다해도 큰사건으로 느낄만한 세상은 이미 아니였다 '그래도 사람이 뛰어내린곳인데 이렇게 옥상문을 열어놓은 채로 방치해도 되는건가' "내가 열었어"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듯 그 애가 대답했다 "너 이런 자물쇠 따는 재주도 있었냐?" "그냥 시도를 해본거지" 시도를 했다니... 보통사람은 그런시도는 하고 다니지 않는다고.. "혹시 이거 따느라고 늦은거야?" "글쎄" ..라고 대답하며 그 애는 웃었다 옥상은 더욱 바람이 차가웠다 이 곳에서 사람이 뛰어내렸다고 생각하니 차가운 바람이 더욱 차게 느껴진다 옥..
[07호]同級生 2004-12-01 21:32:00 "으아아 따뜻하다아아!!" 학교에서 돌아와 문을 열고 현관으로 들어오자마자 느껴지는 따뜻함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난 가방을 내 방에 던져놓고 오빠방으로 향했다 "오빠 뭐해?" 며칠째 오빠는 밥먹을때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고있었다 말조차 한마디 없었다 도대체 왜 저러고 있는건지 이해할수 없었다 실연이라도 당한걸까 가뜩이나 부모님이 해외여행을 떠나시고 썰렁해진 집이 더욱 썰렁해져버렸다 멍하니 초점없는 눈으로 천장만 바라보며 무슨생각을 하는걸까 생각이란걸 하고 있긴 한걸까 "천장에 이쁜 여자사진이라도 붙여놨냐 이 바보야!!"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밖은 몹시추웠다 더플코트에 목도리까지 칭칭감고 나왔지만 어디로 바람이 들어오는지 몹시추웠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잔뜩 찌푸..
[06호]13 2004-11-30 21:36:00 몇시간이나 지났을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있다 몇시간을 바라보고 있지만 천장은 그냥 그대로의 모습이다 며칠을 보고있는다 해도 변하는건 없으리라 눈을 감았다 몇년을 함께했던 그녀도 변함이 없었다 웃는 모습도 변함없이 그대로였고 나에게 말하는 그녀의 말투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 모든게 그대로였다 그런 그녀가 난 지겨워 졌던 것일까 아님 그런 그녀가 두려웠던 것일까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난 계속 변해갔다 일년 이년 시간이 내 몸으로 스며들수록 난 급속도로 변해갔다 어쩌다 변화되는 엄청난 속도에 끌려가다 정신이라도 차릴때면 내 자신의 진짜 모습이 어떤것인지 구분할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는 변하지 않았다 그냥 그 모습 그대로 똑같은 미소로 똑같이 날 바라보고있었다 나 자신은 너무나 변해가는데 변하지 않는 ..
페이퍼 [05호]Icarus 2004-11-29 22:37:00 '차가워...' '너무나 차가워...' 미칠듯한 차가운 느낌에 눈을 떳을때 보이는건 하늘 밖에 없었고 그 하늘에선 차가운 눈들이 하염없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난 여기.. 왜 누워있는거지?' 어째서 난 이 차가운 바닥 한 가운데 누워 있는걸까 모르겠다 아무것도 알수가 없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일어나고 싶었다 '몸이...'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려 할때마다 몸의 마디마디에선 통증이 흘러나온다 흘러나온 통증들은 조금씩 몸 전체로 퍼져나갔다 '컥!...' 퍼져나가던 통증이 한번에 몰아쳤다 너무나 고통스러워 비명을 지르려했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입에선 비명대신 시뻘건 피만이 뿜어져 나올뿐이였다 도대체 난 여기 누워서 뭘하는걸까 몸은 왜 움직이지 않고 어째서 이렇게 고통스러운 걸까 하늘에선 이렇게 아름..
페이퍼 [04호]사람이 내리는 날 2004-11-27 11:54:00 찬바람이 매섭게 지나가고 난 후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고층 아파트 맨 꼭대기층은 아니지만 고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바라본 눈 내리는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답다 좀더 하늘에 가깝기 때문일까? 베란다의 창을 열었다 차갑고 촉촉한 바람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바람에 나의 머리는 날리고 있었다 머리를 진정시키고 살며시 바지 주머니속에 꽂아두었던 왼손을 빼내 밖으로 손을 뻗어본다 그러자 눈송이가 하나 둘 나의 왼손위로 내려앉는다 '뜨겁다...' 손에 내려앉은 눈송이가 녹아 바깥쪽으로 흘러 내릴때마다 뜨거움이 전해졌다 점점 견디기 힘든 뜨거움이 뼈속까지 스며들었다 손이 눈처럼 녹아버릴것 같았다 더 이상 참을수 없어 손을 안으로 들였다 손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다시 왼쪽 바지주머니속에 꽂아둔다 서서히 주머..
페이퍼 [03호]겨울비 2004.11.26 11:41 '매서운 바람' 시끄러운 핸드폰 알람소리에 눈을뜨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눈에 보이진 않았지만 그런건 곧 잘 느껴지곤한다 더구나 핸드폰에 써져있는 '7:00'숫자에 맞는 주변상황치곤 겨울이라하지만 너무나 어두웠다 어제 일찍 잠자리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날은 눈을뜨기가 힘들다 '하지만 일어나야지..' 하지만 일어나 버린다 출근을 위해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었다 바람의 양과 질이 어제의 그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초겨울비 한방의 파급효과..' 차가운 바람이 혈관을 타고 뼈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한다 난 우산을 펴고 한 발작 나아간다 우리 동네 아님.. 버스정류장엔 오늘도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매일 똑같은 모습으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아주머니와 고등학생들 서로 알지는 못하지만 매일매일 같은시간의..
페이퍼 [02호]버스 2004.11.25 12:57 매일 난 버스를 탄다 자의든 타의든 출근을 위해서든 외출을 위해서든 차가 없는 나로서는 가장많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수단이다 물론 택시라던지 전철이라던지 다른 교통수단도 있겠지만 가장 편리하고 가장 가깝고 가장 저렴한 운송수단은 버스가 아닐까 한다 난 버스 맨 뒷좌석을 좋아한다 버스정류장에서도 버스를 기다리다 뒷자석이 비어있지않으면 줄곳 버스를 그냥 보내버리곤 한다 뒷자석은 자리양보의 부담이 없다 물론 젊은이로서 몸이 불편하신분이나 노인분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것은 당연한 미덕이라 하겠지만 때론 적잖은 부담이 되는것도 사실이다 젊은이의 당연한 미덕인 자리양보 하지만 병들고 지치고 힘들때는 순간적으로 눈을 감고픈 충동을 느끼기도한다 하지만 내가 버스 뒷자석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버스뒷자석에서는 버스안팎의 ..
페이퍼 [01호] 감기 2004.11.24 18:56 감기에 걸려버렸다 기침은 나지 않지만 코에서 흐르는 끈쩍한 액체 가끔 목구멍으로도 넘어가는 기분나쁜 액체 도대체 지금 내 몸안에서는 어떤일들이 일어나고 있는건지 내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아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분명 대단히 나름대로 의미를 가지고 미세한 존재들이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음이 분명하다 자주 접하는 우스운듯한 감기지만 만병의 근원이 되는 무서운것이 또한 감기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한다 '역시 내눈에 보이지 않으니 실감이 가질 않잖아' 좀 더 아프게 되고 기침이 심하게 나면 그 땐 조금은 실감이 갈지 모를일이다 그렇지만 실감이 날일은 역시 없었으면 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