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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

페이퍼 [03호]겨울비 2004.11.26 11:41




'매서운 바람'
 
시끄러운 핸드폰 알람소리에 눈을뜨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눈에 보이진 않았지만 그런건 곧 잘 느껴지곤한다
 
더구나 핸드폰에 써져있는 '7:00'숫자에 맞는 주변상황치곤 겨울이라하지만 너무나 어두웠다
 
어제 일찍 잠자리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날은 눈을뜨기가 힘들다
 
 
'하지만 일어나야지..'
 
하지만 일어나 버린다
 
 
출근을 위해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었다
 
바람의 양과 질이 어제의 그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초겨울비 한방의 파급효과..'
 
차가운 바람이 혈관을 타고 뼈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한다
 
난 우산을 펴고 한 발작 나아간다



                                우리 동네 아님..
 
 

버스정류장엔 오늘도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매일 똑같은 모습으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아주머니와 고등학생들
 
서로 알지는 못하지만 매일매일 같은시간의 버스정류장에서 그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이 사람들도 나의 존재를 이렇게 의식하고 있을까?
 
 
앞에 한 여고생이 서있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한게 얼마나 됐는지 너무 까마득해서 기억조차 나지않는다
 
항상 학생들을 보며 별로 많은 차이가 안난다고 생각했었는데
 
따져보니 나이차가 상당히 많이 날것같다
 
나도 나이를 꽤 먹었구나 생각한다

 
 

절대 이런이미지의 여고생은 아니였다

 
갑자기 뒤돌아보는 그 여고생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살짝 웃어준다
 
그러자 그 여고생은 고개를 돌리며 외면한다
 
뻘쭘하다
 
나의 그 모습을 보았는지
 
역시나 낯익은 얼굴의 한 아주머니께서 나를 보며 살짝 웃어준다
 
나 역시 고개를 돌리며 외면한다
 

아직 세상은 각박하다...
 
 

곧 버스들은 오고 하나 둘씩 목적지를 향해 떠난다
 
내가 타야할 버스도 저 멀리서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