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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초록도마뱀 2008-01-20 11:58:00 저 푸른 강을 헤치며 헤엄쳐 오는 도마뱀 그 어떤것도 사랑하지 않겠다던 초록 도마뱀은 어느덧 자기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꼬리를 사랑해 버렸다 기다랗고 꿈틀꿈틀거리는 귀여운 자신의 꼬리를 바라보고 안아줄때면 너무나 기분이 좋고 사랑스러워서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복받쳐서 눈물이 핑돌곤 했다 하나라는 일체감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이 어떠한것으로도 표현되지 않는다고 도마뱀은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도마뱀은 그날도 자신의 사랑하는 꼬리와 헤엄치다 눈부신 광경을 보게 된다 비눗방울 한방울 두방울 햇살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비눗방울의 모습에 매료되어 버린 도마뱀은 한발짝 두발짝 세발짝 비눗방울을 향해 다가가 앞다리를 뻗어본다 하지만 바람을타고 점점 더 멀어지는 비눗방울 닿지 않는 비눗방울 도마뱀은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
[23호]니가 나를 삼키던 밤 2007-12-25 10:31:00 니가 붉은 달을 삼켜버린 밤 세상은 어둠속에 잠겨 버렸고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나는 세상은 원래 그런거라며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내 자신을 위로했다 니가 파란 해까지 삼켜버린 밤 세상은 더 큰 어둠속에 잠겨 버렸고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나는 너를 이해할수 없다며 춤추고 노래하며 내 자신을 위로했다 니가 결국 나까지 삼켜버린 밤 나는 너의 따뜻한 위액속에 잠겨 버렸고 붉은달과 파란해가 공존하는 너의 위 속에서 너의 굶주림을 이제는 이해할수 있다고 너의 허기짐을 이제는 이해할수 있다고 서서히 녹아내리며 내 자신을 위로했다 그렇게 내 존재가 녹아내리던 밤 그렇게 내 자신이 너에게 흡수 되던 밤 이런 식으로라도 너와 하나 됐다는 사실로 존재조차 사라져 버린 난 널 위로 할수 밖에 없었다
[22호]Bus Drive 2007-12-15 00:27:00 하늘에선 비가 내리고 있다 꽤 많이 내리고 있지만 우산조차 없었지만 난 천천히 길을 걷고 있는 중 이다 그 다지 여유가 있는것도 아니였지만 그 다지 서두를 필요도 없었다 도착한 버스 정류장 버스가 다가온다 버스 문이 열리고 나는 버스에 올라선다 올라서자마자 나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무리도 아니지 이렇게 젖어버렸으니 빈 자리가 있나 두리번 거린다 내 몸에서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 마침 맨 뒷좌석이 텅 비어있었다 "너를 위해 비워둔 자리야" 라고 맨 뒷좌석이 나에게 말한다 하지만 난 그만 웃고 말았다 좌석 따위가 말을 할리가 없는걸 알고 있기때문이다 그냥 뒷자석에 털썩 앉아 버린다 두어정거장쯤 지났을까 난 내 발 밑에서 빗자루 하나를 발견했다 학교 청소도구함에 쳐박혀 있을만한 그런 길다란 빗자루였다 왜..
[21호]존재 2007-12-01 01:42:00 항상 눈을뜨고 눈을 감기전 까지 생각하는 것이 있다 주인공은 누구인가 주연은 누구인가 어릴적엔 그저 이 세상이라는 드라마에 분명 나는 주인공일 것이라 굳게 믿고 뭐든지 그저 마음먹은 대로 풀려 나갈것이라 생각하며 물흐르듯 그저 시간을 통과시킨다 이것은 생생한 라이브 드라마 주인공은 531 모든것은 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생생함은 사라져 간다 요즘 항상 눈을뜨고 눈을 감기전 까지 생각하는 것이 있다 리얼함은 어디로 소실되버린걸까 나는 결국 주인공이 아니였던 걸까 양보해서 내가 주인공이라 해도 내가 이 드라마에 주연이라 해도 이런 재미없는 드라마는 누가볼까 반복되는 일상 지루한 생활 뜨겁다고 믿었지만 실상은 미지근한 만남들과 헤어짐 한줌의 모래같은 기억들 점점 중심에서 구석으로 점점..
[20호]Anesthetic 2007-11-18 15:29:00 사랑에 마취되어 연애라는 수술이 시작된다 외로움이라는 조직을 잘라내기위해 우리는 연애라는 수술대 위에 올라선다 연애는 시작되고 수술은 시작되고 자신의 마음 심지어 상대방의 마음에까지 외로움이란 조직을 잘라내기위한 메스질을 가하고 가위질을 한다 하지만 어떠한 고통도 느끼지 못한다 귓속으로 메스질과 가위소리가 들리지만 사랑이라는 마취에 취해 어떠한 고통도 느낄수가 없다 일부는 무사히 외로움이란 조직을 잘라내고 봉합하고 상처가 아문상태에서 마취가 풀린다 그러나 또 다른 일부는 봉합과정에서 마취가 풀려버리고 또 다른 일부는 외로움이란 조직을 채 잘라내기도 전에 마취가 풀려버린다 그리고 고통은 시작되고 너무나 강력했던 마취효과 였기에 더욱 커다란 아픔이 시작된다 스스로 상처가 아물때까지 새로운 수술이 시작될때까지..
[19호]한 발짝 한 발짝 2007-06-03 17:54:00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갈때마다 오렌지향이 뇌속에 스며든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때마다 오렌지향이 피부속에 스며든다 그리곤 침이 고인다 고인 침을 꿀꺽 삼키고 너를 향해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갈때마다 너의 모습이 내 시야에 스며든다 한 걸음 한 걸음 그리고 다시 한걸음 나아갈때마다 너의 모습이 내 마음속에 스며든다 그리곤 눈물이 고인다
[18호]나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 입니까 2007-04-14 21:28:00 우리는 누군가에게 의미가 되고싶어한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의미라는 흔적을 남기고 싶어한다 누군가의 의미가 되는 순간 그 사람속에서 자신은 다시 한번 태어나고 누군가의 의미로써의 자신이 사라지는순간 그 사람속에서의 자신은 죽어버린다 누군가의 의미가 된다는건 그래서 더욱 어렵다 그건 생존의 문제이기 떄문이다 그 사람속에서 태어나고 그 사람속에서 숨쉬며 그사람 속에서 부단히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쳐야 버텨낼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사람 안에서의 나란 존재는 금새 도태되어 버린다 하지만 모든걸 다걸고 발버둥친다하여도 결국은 生이 있으면 死가 있기에 다른사람의 마음속에서도 영원히 존재하며 살아갈수는 없다 유통기한의 차이 호흡 길이의 차이일 뿐 이다 그렇게 우리는 유통기한을 확인하기위해 상대방에게 묻는다 "..
[17호]아무것도 모르고있다 2007-04-08 22:40:00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있다 원하는 것은 북동쪽하늘 한편에 빛나고 있지만 내가 아는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밤이 되면 우두커니 북동쪽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어 볼뿐이다 하지만 어느것도 손에 닿지는 않고 허공에 손을 쥐었다 폈다를 할 뿐이다 곧 고개를 숙이고 만다 아침이 밝아오면 반짝임이 사라져 어느새 잊고 말지만 밤이되면 또 다시 우두커니 북동쪽 하늘을 바라보고 손을 뻗는다 이번에 닿을것이라 생각하고 최대한 팔을 뻗어 보지만 어떠한 것도 닿지않고 어떠한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손에 담을수 없지만 대신 눈 안에만 담아 놓을 뿐이다 그렇게 또 다시 날은 밝아오고 아무것도 모르게 되버린다 밤이 되면 또 다시 손을 뻗을테지만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있다 그 빛나고 있는것이 무엇인지 조차 사실 내가 아는것은 아무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