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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Bus Drive 2007-12-15 00:27:00


하늘에선 비가 내리고 있다

 

꽤 많이 내리고 있지만 우산조차 없었지만 난 천천히 길을 걷고 있는 중 이다

그 다지 여유가 있는것도 아니였지만

그 다지 서두를 필요도 없었다

 

도착한 버스 정류장

버스가 다가온다

 

버스 문이 열리고 나는 버스에 올라선다

올라서자마자 나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무리도 아니지 이렇게 젖어버렸으니

빈 자리가 있나 두리번 거린다

내 몸에서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

마침 맨 뒷좌석이 텅 비어있었다

 

 

"너를 위해 비워둔 자리야"

 

 

라고 맨 뒷좌석이 나에게 말한다

 

하지만 난 그만 웃고 말았다

좌석 따위가 말을 할리가 없는걸 알고 있기때문이다

그냥 뒷자석에 털썩 앉아 버린다

 

두어정거장쯤 지났을까

난 내 발 밑에서 빗자루 하나를 발견했다

학교 청소도구함에 쳐박혀 있을만한 그런 길다란 빗자루였다

왜 맨 뒷자석 그것도 내 발밑에 빗자루가 있는걸까

누군가에게 물어볼까하고 두리번 거렸지만 이 맨 뒷자석엔 나혼자 뿐인걸

왠지 앞에앉아 있는 사람에게까지 물어보고 싶지 않았다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쉽게 결론이 날 문제는 아니었다

어느새 또 다시 두정거장이 지나고 있었다

 

'끼이이익!!

 

버스의 급정거

사람들은 모두 놀란표정들이였고

뭔가 문제가 있었는지 버스 기사님께선 창밖으로 욕설을 퍼붓고 계셨다

꽤 달콤한 욕설

 

 

'또르르르르'

 

뒤이어 금속성의 무언가가 굴러가는 소리가 들린다

음료수캔 하나가 급정거의 영향이였는지 앞으로 앞으로 굴러가고 있었다

누군가 다마신후 그냥 자리에 버리고 내려 버린것으로 추측되는 빈캔

 

그랬구나

그랬던 거였어

뒷좌석이 나를 위해 자리를 비워둔 이유

빗자루가 하필 내 발 밑에 있었던 이유

모든건 우연인듯 했지만 우연이 아니였어

심지어 뒷자석이 말까지 하는데 이게 우연일리가 없었다

 

밥상위에 올려져 있는 숟가락의 의미가 단 하나이듯

내 눈 앞에 있는 이 빗자루의 의미도 단 하나일 뿐인거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빗자루를 손에 들고

버스의 바닥을 쓸기 시작했다

오랫만의 빗자루질이라  왠지 어색한 감이 있었지만 열심히 쓸기 시작했다

 

"아주머니 죄송하지만 발좀 치워 주시겠습니까?"

 

내가 정중히 부탁하자 앞자리에 앉아있던 아주머니께선 나를 보며 살짝 미소 지었다

하지만 발은 치워주시지 않았다

성격 참 이상하신분

 

빗자루질에 집중하며 점점 앞으로 나아가다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난 주변을 둘러보았다

버스안의 모든 사람들이 나를 따뜻한 시선으로 미소지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심지어 아까 욕설을 퍼붓던 그 버스 기사님 마저도  천사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드디어 마지막 그 빈 캔 마저 쓸어 한곳에 모았다

그 순간 모두들 일어나 기립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심지어 버스 기사님 까지 자리에 일어나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버스가 달리는 중이었는데도 말이다

 

나는 그저 빗자루를 놓아버리고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슬프고도 즐거운 울음

차갑고도 따뜻한 눈물

 

버스안의 사람들은 모두 춤을추기 시작했고

그렇게 버스는

알수도없는

알지도 못하는

목적지를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