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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호]同級生 2004-12-01 21:32:00



 

"으아아 따뜻하다아아!!"
 
학교에서 돌아와 문을 열고 현관으로 들어오자마자 느껴지는 따뜻함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난 가방을 내 방에 던져놓고 오빠방으로 향했다
 
"오빠 뭐해?"
 
며칠째 오빠는

밥먹을때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고있었다
말조차 한마디 없었다
도대체 왜 저러고 있는건지 이해할수 없었다
실연이라도 당한걸까
가뜩이나 부모님이 해외여행을 떠나시고 썰렁해진 집이

더욱 썰렁해져버렸다
 
멍하니 초점없는 눈으로 천장만 바라보며 무슨생각을 하는걸까
생각이란걸 하고 있긴 한걸까
 
"천장에 이쁜 여자사진이라도 붙여놨냐 이 바보야!!"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밖은 몹시추웠다
더플코트에 목도리까지 칭칭감고 나왔지만
어디로 바람이 들어오는지 몹시추웠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잔뜩 찌푸려 있는게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듯했다
 
'이렇게 추운날 여자를 기다리게 하다니..'
 
약속시간으로부터 10분이 지났다
아파트단지 안에 있는 공원에서 난 그 애를 기다리며 10분째 벌벌 떨고있었다
 
멀리서 천천히 이 쪽으로 누군가가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애 였다
 
그리 잘생겼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못생겼따고 말하기도 그런 전형적인 평범한 남자 고등학생의 모습
그 애는 색은 다르지만 내가 입은 더플코트와 비슷한 코트를 입고있었다
 

"미안 마니기다렸어?"
 
"늦었으면 좀 뛰는 척이라도 해야되는거 아니야?!"
 
"얼어붙은 길에 미끄러져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라구"


올해 2학년으로 올라가면서 난 동급생으로서 이 애를 만났다
별로 말도 없고 눈에 잘 띄지도 않았지만
같은 아파트에 사는걸 계기로 우린 급속도로 친해졌다
무뚝뚝하고 재미도 없는 애지만
어느샌가 나는 이 애를 좋아하고 있었다
이 애에겐 뭔가 남들과는 다른 그런 느낌이있었다
그 느낌이 정확히 어떤건지는 잘모르겠지만 말이다
 

"왜 늦은거야?"
 
"뭔가를 좀 생각하느라고"
 
"뭔가를?...그런거 땜에 늦었단말야?"
 
"응 그런거 때문이지"
 
 
확실히 이 애도 요즘들어 좀 이상해졌다
혼자 이상한 말을 할때도 있고
원래 좀 그렇긴 했지만
알수없는 말들을 하곤했다

다들 왜 이렇게 이상해지는걸까
그런게 요즘 유행이기라도 한걸까 

 

"바보야 뭐가 응 그런거 때문이야야! 나 추워 우리 어디갈까"
 
"우리 아파트 옥상에 가볼까?"
 
"추워죽겠는데 무슨 아파트 옥상이야! 더구나 거긴 며칠전에.."
 
 

그곳은
그곳은 며칠전 누군가가 뛰어내린곳이였다
 
 

 
"그래서 가자는 거야"
 
 

 

 

하늘에서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것 같이 찌푸린 날  


그 애는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