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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글/A군이야기

A군 이야기-02

 

사랑을 잃고 서서히 시간이 지나면서

상대방에 대한 마음은

‘안보면 살수 없을 것 같다’ 에서

어느새  

‘안봐도 그럭저럭 살수 있을 것 같다’로

그러다

‘안봐도 아무렇지도 않다’ 로 점점 변화하곤 한다


그런데 문제는 항상

‘안봐도 그럭저럭 살수 있을 것 같다’ 단계에서

발생하곤 한다

그 정리된 것도 아닌 정리되지 않은 것도 아닌

어설픈 단계의 고비에서 상대방을 또 다시 만나게 될 경우

고비를 넘기게 되면

‘안봐도 아무렇지 않다’의 단계로 넘어갈수 있지만

고비를 넘기지 못할 경우

‘안보면 살수 없을 것 같다’ 도 아닌

‘안보면 죽을 것 같다’의 단계로 접어들게 되어 버린다


여기서 A군의 이야기는 또 다시 시작된다


어떻게 시간이 흐르고

어떻게 자신의 몸과 마음이 움직였는지 모를 정도로

A군은 간만에 모든 걸 집중하고 있었다

눈을 감은체로

눈은 굳이 뜨지 않아도 모든건 느껴지고 모든 걸 알수 있었다

몸의 움직임 호흡의 움직임까지도

그러다 순간 눈을 뜨자 바로 그녀와 마주치는 눈

줄곳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일까

라고 A군은 생각하며

모든 집중력을 단번에 공중으로 분산시킨다


그렇게 흩어진 집중력을 다시 주워담으며

어느새 A군과 그녀는 침대에 누운체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방금 전까지의 뜨거움과는 다른 미묘한 어색함이 둘을 감싸 안는다


“티비라도 켤까?..”


리모콘을 들며 말하는 A군에게 그녀는


“아니 그냥 조용한게 좋아”

라고 말한다


“그 동안 잘지냈어?....”


뭔가 순서가 뒤바뀐 감이 없진 않지만 A군은 뒤늦게 그녀에게 묻는다


“잘 지냈을 것 같아?”


“아..아니 뭐..”


헤어지자고 했던건 자신이 아니였던가

그래놓고는 ‘잘지냈어’라니..

참 어이없는 질문을 했구나 하고 A군은 잠시 후회하고 만다


“나 졸려 재워줘”


멍하니 생각에 빠져있던 A군에게 그녀는 안기며 말한다


그녀를 안은체 A군은 또 다시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기쁨 20%

후회 30%

고민 50%


조금의 기쁨과 조금의 후회 조금의 고민의 비율

오늘의 행동들은 마음의 행동일까 몸의 행동일까


A군은 자신에게 안긴체 잠들어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는걸까?’


 결국 이 날 A군은 한숨도 자지 못하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다


그렇게 그 날이 지나고 그 다음날이 지나고 그리고 그 다음날이 지났지만

A군의 고민과는 다르게 둘 사이에 특별한 변화는 없었다

단지 끊겼던 서로간의 문자가 하루에 두세개씩 왔다갔다 하는 정도랄까

A군도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고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냥 아무런 사이도 아닌체


‘만날래?’

라는 문자에

서로 만나서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잠자리를 갖고

경계도 없고

부담도 없고

더 이상 전 같은 두근거림도 없는

그런 하루하루가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수 없이 균형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어느날 부터인가 A군은 그녀에게 오지 않는 답문자에 답답해하고

그녀의 얼굴이 자꾸 떠오르기 시작하고

그녀를 보고 있으면 또 다시 전처럼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녀의 말이라면 언제 어디든 A군은 달려가고 있었고

그녀의 부름이라면 친구들과의 약속조차


“할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셔서 가봐야 할것 같은데....”


같은 류의 거짓으로 취소 시킨체 그녀를 향했다


처음엔 단지 그냥 그녀와의 잠자리가 좋아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고 A군은 생각했다

물론 그런 이유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달랐다

감성과 본능이 비빔밥 되버린 기분

한번 깨어져 버린 균형은 그렇게 급속도로 무너져 버린다



그녀의 남자친구 얘기를 듣게 된것은 바로 그 맘때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