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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글/A군이야기

A군 이야기-01


 

칼바람이 매섭게 내려치는 겨울밤

한술집에선 두남자가 서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늘상 남자들의 대화가 그렇듯 서로의 안부를 묻다가 이어지는 음담패설들

그리고 자연스레 이야기는 여자에대한이야기로 옮겨간다

각각 그들의 이름은 A군과 B군

소주를 연거푸 세잔 들여마신 A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난 지금 뭘하고 있는걸까”


A군에겐 여자친구가 있었다

이쁜편은 아니였지만 밝고 귀여운 타입의 그녀

그런 그녀에게 A군은 고백을 받게되고

자신의 어떤면이 좋은건지 전혀 이해할순 없었지만

단지 나쁘지 않다는 이유로 그녀와의 교제를 시작하게 된다

늘상그렇듯 시작되는 데이트

손을 잡고

포옹을하게 되고

키스를 하게되고

그러다 술기운을 빌어 첫잠자리를 하게되고

그 뒤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스킨쉽들과 둘의 잠자리들

크게 다른이들과 다를바 없는 패턴의 생활들

지루해질만한 생활이 계속될때쯤 그 지루함속에서

그제서야 A군은 서서히 그녀에게 더욱 빠져들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브레이크는 걸리게 된다

이별의 시작은 A군

하지만 

이별의 이유는 그녀

A군에게 숨기고 그녀가 다른남자를 만났다 발각된게 화근이였고

어찌보면 작지만 큰 그 이유에 A군은 분노

당황하며 변명거리를 찾으며 A군을 붙잡으려는 그녀를 뒤로한 체

A군은 헤어지자는 단 한마디로 모든 상황을 정리한다

싱거운 시작에 걸맞는

무척 싱거운 이별 이였다


“만나고 헤어지고 그런건 늘상 있는 일이자나?”



B군의 말에 A군은 다시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별후 한동안 알수없는 홀가분함과 허전함이 계속됐다

그러다 우울함이 밀려오고

그런 우울함을 잊어보고자 새로운 여자들도 만나보고 했지만

멍해짐만 계속 반복될 뿐 이였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서서희 감각은 무뎌져 가고 있었다


어느새 이별후 3달쯤 지난 어느밤

모든감정이 사라져가던 어느날밤

A군이 막 잠에 빠지려던 순간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저장되어있지 않는 번호

하지만 낯익은 그 번호

핸드폰 액정은 그 번호의 주인공을 말해주지 않았지만

A군의 머리는 정확히 누구의 번호인지 기억하고 있었다

잠시 머뭇거리는듯하다 A군은 폴더를 열어 전화를 받는다


“여...여..여보세요?...”

“나야...잘 지냈어?”


갑자기 들리는 그 목소리

약간 술에 취한듯한 그녀의 목소리에

A군은 순간 쿵하고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였다

그리고 계속해서 끝없이 빨라지는 심장박동

사귀고 있는동안에도 이런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A군은 자신도 모르게 안절부절하기 시작했다


“자고있던거야?...”

“아...아니..안잤어”

“지금..잠깐 나와줄 수 있어?”

“어?...어?.. 그럼...지금나갈게..지금어디있어?..”


자신의 머리와는 다르게 자신은 입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고

자신의 몸은 어느새 서둘러 옷을 입고 있었다


그녀가 있는곳에 도착했을땐 그녀는 이미 술에 많이 취했는지

계단에 주저 앉아있었다

어떻게 인사를 해야할지

어떻게 불러야 할지

왠지 어색한 느낌

그냥 쿵쾅거리는 심장박동을 자제시키며

고개숙여 주저앉아있는 그녀를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뿐이였다

그러다 그녀가 고개를 들어 자신의 앞에 서있는 A군을 보게된다


“어!어?왔어?..와아..진짜왔네..”

반쯤 풀린눈으로 A군을 바라보며 그녀는 그렇게 말하곤 비틀거리며 일어나

A군에게 안겨버린다


“나..힘들어”


술을 많이 먹어서 힘들다는 것인지

아님 자신과의 이별이 힘들다는 것인지 A군은 이해할순 없었지만

그런것은 생각할 겨를도없이

일단은 몸도 못가누는 그녀를 어떻게 해야할지가 우선문제였다




어느새 장소는

근처 모텔로 급속히 옮겨진다

어쩌다 이 곳으로 들어온걸까 A군은 생각한다


‘나는 어디까지나 몸을 못가누는 저 애 땜에 어쩔수없이...’


라고 억지로 말도안되는 핑계를 스스로에게 대보려 했지만 오히려 자신의

음흉함에 쓴웃음만 나올뿐이였다

정말 그런 생각이였더라면 집도 알고있는 상황에서

택시 잡아서 집까지 데려다 줘도 될일 이였다


‘나 무슨생각을 하는거야 지금..’


물론 3개월전만 이였더라면 어떤 거리낌없이 이 곳에 같이 들어와서

거리낌없이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했을것이다

정신적 커뮤니케이션이든 육체적 커뮤니케이션이든

하지만 지금은 조금 상황이 다르다

차라리 다른여자 였더라면 더욱 선택이 쉬었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헤어진 사이다

그것도 별로 유쾌치 못하게

더구나 그녀는 취해있다

우리가 사귀면서의 기억은 마음의 기억뿐 아니라 몸의 기억도 포함되지만

아랫머리보단 윗머리로 생각해야하는게 사람아니던가


A군은 침대에 누워 뒤척이는 그녀를 바라보다 욕실로 들어가

정신차리자며 찬물로 세수를 하고 돌아와 그녀의 옆에 눕는다

역시나 그냥 집에 데려다주는 거였다며 한숨을 한번쉬고 눈을감는 A군

잠시 눈을 뜨고 잠들어 있는 그녀를 바라본다

또 다시 심장이 쿵쾅거린다

심장을 가라앉히기 위해 눈을 감으려는 차

그녀가 눈을 뜬다

그리곤 서로 눈이 마주친다

A군은 순간 넋이 나가버리고

머릿속은 하얘지고 아무생각도 나지 않는다


점점 그녀의 얼굴이 A군의 얼굴로 다가온다

그리고 곧 바로 자신의 입안에 느껴지는 촉촉하고 부드러운 느낌

본능적으로 감겨버리는 눈

손의 움직임

몸의 떨림

방금전까지의 많은 생각들은 한순간에 모두 한줌의 재가 되어버리고

윗머리의 생각이든 아랫머리의 생각이든 아무런 의미가 없어져버렸다


지금 현재상황에선 그저 한가지 생각만이 머릿속을 지배해버린거다


‘지금 우리는 서로를 원하고 있다’


단지 그것 뿐이였다